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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소식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성명/보도자료

[철도노조 논평] '철도의 날'에 철도노동자가 묻습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7-04 11:28
조회
788
<철도노조 논평>

'철도의 날'에 철도노동자가 묻습니다!


2023년 6월 28일, ‘철도의 날’인 오늘도 날이 후덥지근합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폭염 주의보가 벌써 전국 각지에 내려졌습니다. 철도노동자도 현장에서 갈수록 심화하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이처럼 더운 여름의 초입이 ‘철도의 날’이라는 사실은 철도가 기후 위기 시대를 헤쳐 나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보여주는 예고편 같습니다.

위기의 시대를 넘고자 하는 모두에게 열린 길, 공공철도입니다.

기후 위기 시대, 철도보다 적합한 이동 수단은 없습니다. 철도는 기후 위기를 완화할 유일한 수단입니다. 승용차, 항공기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에너지 효율과 탄소 효율은 전기차 시대가 오더라도 견고할 것입니다. 전기차 전기 에너지 공급에 필요한 토지와 자원 역시 크게 절감할 수 있겠지요. 한정된 토지를 아껴 쓸 수 있다는 사실은 도시 공간을 고밀도로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고도의 안전 또한 이미 확보되어 있습니다. 정체로부터 자유롭고, 운임 또한 저렴한 철도의 역할을 확대한다면, 개인에게 희생을 요구하지 않고도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이동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철도노동자는 기후 위기 시대의 이동은 철도망이 뼈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철도 교통의 비중과 역할이 크게 늘어야만 합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서는 2019년 현재 약 13%인 철도수송 분담률(여객 기준)이 매년 약 1%씩 늘어 2050년에는 47%가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급진적인 철도 수송량 증대 없이 교통에서의 탄소 중립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새로운 교통체계는 철도망을 중심으로 정비해야 합니다. 고속철도와 지역 간 간선철도를 비롯해 광역철도, 도시철도를 포함한 전국의 철도망 모두가 효과적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도로 대신 철도를 건설하고, 이전에는 거들떠보지 않았던 낡은 선로 하나까지도, 오늘의 시대적 위기를 넘을 기반이 되어야만 합니다.

공공철도는 기후와 환경, 이웃과 도시 모두를 하나로 잇는 길입니다.

철도 공공성은 시대적 요청입니다. 기후 위기 시대, 철도 공공성은 저렴한 운임이나 벽지 노선 운행보다 더 넓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고, 담아야 하는 틀입니다.

철도 공공성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진 시장 중심의 개발과 성장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사회적 반성이기도 합니다. 자동차가 교통의 세계를 지배하면서, 공공교통의 영역은 쪼그라들었습니다. 심지어는 걷기처럼 인간의 기본적인 이동 방법조차 승용차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취급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도시 구조 또한 철도와 거리가 점점 더 멀어졌습니다. 도로망에만 의존해서 개발된 신도시가 전국에 걸쳐 늘어갑니다. 철도역조차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 승용차를 이용해야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승용차보다 경쟁력 있는 공공교통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길 위에서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승용차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자동차를 더욱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기후 위기는 이런 이동 방식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철도노동자들은 철도 공공성이 각자도생의 길을 대신할 이름이라고 믿습니다. 개인이 알아서 스스로를 책임지는 상황을 벗어나, 공공이 시민의 이동을 책임지는 것. 그리고 이들의 이동이 기후에, 도시에, 이웃에,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가능한 한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바로 이것이 기후 위기 시대 철도 공공성의 기본 방향입니다.

조각난 철도가 아니라, 하나로 통합된 철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철도 공공성은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 목표를 곡해하는 세력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이들은 철도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이 가치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반으로만 사고합니다. 강남발 고속선만 영업하면서, 일반철도 유지에는 기여하지 않는 SR, 폐쇄적인 노선 구조를 유지한 채 높은 운임을 징수하는 민자철도 사업자들. 이들의 탐욕은 끝이 없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철도는 점점 더 조각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민영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넘겨짚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철도가 쪼개지면 공공철도의 체질은 결국 약해지고 맙니다. 철도의 특징이었던 규모의 경제는 사라집니다.

전국 철도망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기후 위기 시대의 요구는 현실과 멀어질 것이며 새로운 서비스는커녕, 무궁화호 같은 서민 친화적 서비스는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입니다. 지방은 방치될 것이고, 지역 격차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무력감만 키우게 될 것입니다.

한국철도는 갈림길 앞에 서 있습니다. 기후 위기 속에서 더 많은 시민과 지역을 연결해 지속 가능한 삶을 지지하는 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조각조각 쪼개져 무한 경쟁 속에 생존을 다투는 파편화된 이동 수단으로 전락한 미래인가? 이제 선택해야 할 순간입니다. 2023년 6월 28일 철도의 날을 맞아,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철도 노동자가 묻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 녹색교통 철도가 대안입니다.


2023년 6월 28일

전국철도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