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사자 감시와 처벌 말고, 안전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철도안전법이 필요하다!

지난 11월 25일,  국회의원 심상정(정의당. 대표발의), 강은미(정의당), 김승남(더불어민주당), 류호정(정의당), 맹성규(더불어민주당), 박영순(더불어민주당),  배진교(정의당), 양정숙(무소속), 이은주(정의당), 장혜영(정의당),  조오섭(더불어민주당) 이상 11명이 운전실에 영상기록장치를 전방에 한정, 기관사 감시에 쓰이지 못하도록 철도안전법 제39조의3(영상기록장치)의 제①항 개정안을 발의했다. 우리,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의 1만 승무 노동자들은 영상기록장치에 의한 감시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이 법 개정을 오랫동안 바랐던만큼 이번 개정안 발의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발의를 주도해준 심상정 의원과 이에 동의해준 10명의 국회의원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아울러 정부 역시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 뜻을 충분히 존중하고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주지하듯이 한국의 철도안전법은 종사자에 대한 감시/통제와 처벌을 기본으로 하는 철 지난 안전패러다임이 지배하고 있다. 그 전형적인 예가 소위 영상기록장치와 과태료 등에 의한 처벌 조항이다. 이 때문에 안전이 정치적으로 강조될 때마다 사태를 악화시켜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악화일로의 철도안전법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작지 않은 의미를 가진 일이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은 우리 협의회가 현장 조합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1년여 시간을 거치며 정리한 다섯 개 개정 요구사항 중 일부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협의회 승무직종대표자회의는 철도안전법(운전 관련) 개정을 위해, 기관사와 의사, 변호사, 연구원이 참여한 3개월 연구 끝에 감시카메라의 대안 연구보고서를 냈으며, 전체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세 번의 설문조사를 했고, 법안 마련을 위해 다시 연구팀을 꾸렸다. 물론 이런 노력들은 사실 그동안 철도안전법에 의해 억압받아왔던 현장의 분노를 조금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으며,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리 협의회는 이법 개정안이 사문화되어 21대 국회 마감과 함께 폐기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그랬다간 감시카메라 같은, 철도 지하철 현장을 억압하는 제도들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다시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 협의회의 승무직종대표자회의가 마련한 개정안 중 아직 꺼내지도 않은 “과태료 처벌 조항 삭제”, “피로위험관리의무 조항 신설” 역시 남은 과제다. 철도 종사자들이 억압받지 않고, 진정한 철도 안전의 주체가 될 수 있으려면, 이런 요구들이 법제화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이를 위한 투쟁들은 2021년으로 이어질 듯하다. 국토부는 철도안전법 전부개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우리 협의회와 마주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협의회 역시 철도안전법 전부 개정을 요구하며 투쟁할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번 법안 발의가 끝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발의된 법안 중 폐기되어 몇 번씩 다시 상정되는 법안들은 많았다. 차별금지법안이 십수 년째 국회에서 폐기되기를 반복하고 있듯이 말이다. 우리의 이번 법안이 그와 같은 운명을 겪지 않게 하려면 현장 수준의 관심, 지지가 이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2020년 11월 27일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대표자회의 상임의장 조상수

승무직종대표자회의

공항철도노조, 광주도시철도노조, 대구지하철노조, 대전도시철도노조, 메트로9호선노조, 부산지하철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 인천교통공사노조, 전국철도노조(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