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준(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사진: 과학기술대학교)

레일노동저널은 올해부터 철도・도시철도산업의 전문가들을 칼럼니스트로 초청, 철도・도시철도산업의 기술혁신, 정책, 노동보건, 노사관계에 관한 쟁점을 정기적으로 실을 계획이다. 특별히 “전문가 칼럼”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3월 9일 20대 대통령선거에 즈음해, 철도・도시철도산업의 전반을 돌아보고, 차기 행정부의 과제 그리고 현장 조합원들에게 어떤 행정부를 선택할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자 총 4편에 걸친 연속 칼럼으로 독자에게 첫 인사를 하고자 한다. 단, 칼럼의 내용은 레일노동저널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저작 등에 관한 필자의 권리를 옹호함을 밝힌다.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열흘이 채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단임제 국가로 대통령의 권한이 매우 크다. 대통령은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무한책임을 가지며 대통령의 역량이 국민생활은 물론 국가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까닭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 선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투표에 임하기 전에 대통령의 자질과 역량, 비전과 철학을 꼼꼼하게 살핀다. 

비전과 철학

이번 대통령선거는 투표일을 열흘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가 보여주듯이 여당과 제1야당이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어 누구도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선거가 치열한 반면, 노동에 대해서는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투표권이 있는 국민의 절대 다수가 노동자이지만 노동에 대한 논의와 쟁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각 후보들이 노동을 이야기하는 것이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민 다수가 노동자이지만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은 노동자가 노동의 대가를 이미 충분히 받고 있으며 일터에서 존중받고 일하기 때문이 아니다.

또한 보수 언론과 무능한 정치권이 노동자를 고령층과 청년층으로 나누고, 여성과 남성으로 나누어 득표 전략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노동자체에 대한 공약은 없어진 것이며 결과적으로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줄었다. 다음으로 노동운동 내부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노동조합은 대선 공간에서 노동에 대한 정당의 시대정신을 요구하고 여야 후보의 노동공약을 평가하는 등 압박전략을 펴야 하는데 노동조합의 공세적인 대선 활동이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노동

지면을 빌어 이번 대선의 주요 노동공약을 살펴보자. 노동조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극우 정당은 노동공약 자체가 없으므로 살펴보지 않는다. 먼저, 여론조사 3위인 안철수 후보는 이미 통과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의 전면 보류를 공약으로 제시하였고 노동조합의 패악을 막는 노동개혁을 약속했다. 노동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부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비판은 크지 않아 안타깝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노동공약 중 눈여겨 볼 부분은 직무가치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이다. 이른 바 성과중심의 직무급제인데, 이것은 이미 박근혜 정부 때 제기되었다가 한 차례 홍역을 치르고 공공부문 투쟁을 통해 폐기된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이 다시 나온 것은 국민의힘이 이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과 맥을 함께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한편, 노동시간과 관련하여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주4일제 도입을 약속했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주4일제 또는 4.5일제 시범실시를 약속했다. 이에 비해 윤석열, 안철수 후보는 노동시간단축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고 대신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등을 제시하였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성과중심의 직무급제, 노동시간단축 등은 궤도노동자를 포함하여 모든 공공부문 노동자와 관련된 정책이므로 투표 전 다시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철도・도시철도산업

대통령 후보들의 철도・도시철도산업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철도・도시철도산업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핵심적인 공공재이며 어느 정부가 집권하던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한다. 그 이유는 이 산업이 남북한 철도연결, 탄소중립 등 국가의 미래 과제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철도・도시철도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되고 발전해야 하지만 그 발전을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KTX-SRT의 통합이 차기정부의 과제로 미뤄졌으며 지하철의 무임수송 비용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 역시 차기 정부의 논의 과제다. 이 외에도 경전철의 민간위탁도 문제점만 확인한 채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 심상정 후보는 KTX-SRT통합을 공약집에 담았다. 무임수송 비용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코레일과 형평성을 고려하여 지원의 필요성을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공약집에는 광역철도 GTX의 신규 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KTX-SRT 통합이나 무임수송 비용의 중앙정부 보전에 대한 내용이 없다.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의 공약집에는 철도・도시철도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5년

이제 얼마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우리나라 국정의 5년을 책임지게 되지만 사실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한 시기에 국가의 운명과 관련하여 역할을 맡게 될 것이기에 그 기한은 단순히 5년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아직은 누가 대통령이 될 지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있다. 노동자의 관점으로만 본다면 적어도 노동에 대한 왜곡된 철학이 없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 노동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국정운영에도 반영되어 결과적으로 노사관계 불안과 대립만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노동정책에 있어 선결과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줄이는 것만큼 후속세대에 중요한 것은 없기에 비정규직을 줄이고 차별의 최소화를 주장하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철도・도시철도산업의 발전을 위해 KTX-SRT통합과 무임수송 지원, 경전철 민간위탁 철회 등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 현란한 말장난에 속지 말고 오로지 정책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