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궤도협의회. 발언 중인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의 윤석기 위원장. 앞에는 세월호참사 유족들과 제 정당의 후보들이 앉아 있다)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에서 화재가 났고 희생자의 가족들은 희생자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참사의 교훈을 이 사회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래는 대책위의 윤석기 위원장이 지난 2월 9일, 서울시 의회 앞에서 열린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과의 생명과 안전 약속식 사전에 가진 대구지하철참사 19주기 추도식에서 한 발언의 전문이다.

“시민은 불태워 죽이고 유족은 애태워 죽인다”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 당시 대학원생 딸을 잃은 아버지의 절규입니다. 모든 유족의 마음을 대변하는 외침이었습니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달라고 우리 손으로 뽑았던 위정자는 생명의 가치와 안전의 소중함 보다는 돈을 우선시 하는 잘못된 판단과 선택으로 불쏘시개 전동차를 허용했고, 안전하다는 위정자의 말을 믿고 지하철을 탔던 시민 192명이 죽임을 당하였고 148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살아 남은 우리는 고통속에 숨져간 가족과 이웃들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한 결과,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과제를 남겼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족들이 안전한 지하철 만들기 등 안전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추모사업을 추진하기로 다짐하자 중앙정부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고 이를 바탕으로 대구시는 유족들과 추모사업 추진을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대구시는 희생자에 대한 애도나, 유족에 대한 위로 대신 자신의 잘못을 덮고 책임을 회피하는데만 힘을 쏟을 뿐, 조직의 존재 이유나 목적, 약속의 소중함 따위는 안중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대구시장이 2005년에 제안하여 마지못해 우리가 수용했고 2009년에 대구시와 우리가 수개월에 걸친 논의끝에 실행한 수목장을 불법암매장이라 매도하며 유족들을 형사고발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하였습니다.

약속했던 추모공원, 위령탑, 희생자 묘역 등 추모사업은 형태는 있으되 의미와 주인이 바뀌어 버렸으며, 추모재단은 친일앞잡이가 광복회를 장악하는 것이 말이 안되는 것처럼 자격없는 자들의 놀이터로 전락해 오히려 망자를 욕보이고 유족들에게 또다른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숨져간 가족들의 한을 풀어 주기 위해 살아도 산 것같지 않은 삶을 버텨 오던 유족들은 19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세상을 떠나 이제는 병든 육신과 지친 정신을 겨우 붙들고 있는 몇몇이 남아 혐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행일까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걸까요?

나랏님을 뽑는 선거가 있기에 외로운 우리에게 관심의 눈길이 모이고 있습니다. 뜻은 있으되 힘이 없는 우리가 바른 길을 가고 있다면 천지신명과 여러 이웃님들, 큰 뜻을 펼치시기 위해 온 몸을 던지신 후보님들의 손길로 이제 그만 희생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가족잃은 고통에 범죄자로 낙인찍힌 유족들의 한을 풀어 주십시오. 아직 세상이 민초들이 살아갈 만큼의 따뜻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십시오. 진심으로 간질히 바라옵니다.

2022.2.9.
19주기를 맞아 희생자의 영면과 유족의 고통을 풀기 위한 몸부림을 전합니다.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회

(사진: 궤도협의회.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의 윤석기 위원장이 218대구지하철참사 추모식에 참석해 달라는 공문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전하고 있다)